향료는 향을 만드는 재료이자 향기를 전달하는 물질입니다. 향료는 크게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는 깊은 연관성과 차이점 또한 가지고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천연향료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향료의 구분
향료는 크게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천연향료는 천연에 존재하는 향기물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추출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향료로, 식물의 잎이나 가지, 꽃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정유, 발삼, 올레오 레진 등의 수지성 물질인 식물성 향료와 동물을 통해 채취된 동물성 향료로 구분합니다.
천연향료 <식물성 향료>
천연향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물성 향료는 식물의 꽃잎, 뿌리, 껍질 등에서 수확하여 추출과정과 공법에 따라 에센스, 압솔루트, 콘크리트 등의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추출법은 크게 압착법(냉압법), 증류 추출법, 용매 추출법, CO2 초임계 추출법이 있습니다.
압착법은 19세기 이탈리아 남부에서 발전된 추출법으로 감귤류 과일의 겉껍질을 압착하는 과정을 통해 에센셜 오일로 추출됩니다. 레몬, 베르가못, 비터오렌지, 자몽, 만다린, 라임과 같은 감귤류 과일은 압착법을 통해 오일로 만들어지며 대부분 열을 가하지 않고 차갑게 압착하는 냉압법을 사용합니다. 냉압법을 통해 얻은 오일은 비교적 적게 변질되고 가열로 인해 생기는 부산물이 없으며, 원료 본연의 향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페르시아인들이 로즈 워터를 추출하기 위해 개발된 증류 추출법은 원료를 가공하는 가장 오래된 기술 중 하나입니다. 물과 혼합된 식물성 원료를 장치 안에서 가열하여 발생한 증기 속 향 분자들을 물과 분리하여 에센셜 오일로 추출합니다.
조향에서 빠질 수 없는 플로럴인 로즈를 에센셜 오일로 얻는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장미 꽃잎을 물과 함께 거대한 탱크 같은 장치에 넣고 가열합니다. 혼합물이 끓기 시작하면 증기가 관을 타고 농축기로 이동하여 장미에센셜 오일과 물이 섞인 액체가 추출됩니다. 이 혼합물은 플로랑땅이라 불리는 관 속에서 두 층으로 분리되는데 이 중 1/5 정도의 양만 에센셜 오일이 되고 남은 플로럴 워터는 다시 증류 추출 과정을 거쳐 두 번째로 추출된 에센셜 오일이 됩니다. 여과 과정을 거친 후 이들을 섞으면 최종적으로 로즈 에센셜 오일이 됩니다.
증류 추출법은 장미뿐만 아니라 일랑일랑, 매그놀리아, 베티버, 네롤리 등의 에센셜 오일을 얻을 때도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증류 추출법에서 나아가 터빈을 회전시켜 빠르게 오일을 추출할 수 있는 터빈 증류법, 혼합물들의 다른 끓는점을 이용해 추출하는 분별 증류법 또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용매 추출법은 식물 원료를 넣은 익스트랙터(추출 탱크) 안에서 향 분자들을 이끌어내는 유기 용매에 의해 압솔루트를 얻는 방식입니다. 보통 휘발성이 강한 헥산을 유기 용매로 사용하여 낮은 온도에서 식물 원료의 향 물질들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빠져나온 향 물질들이 담긴 용매를 진공 상태에서 끓이면 휘발성이 강한 용매는 증발하고 향 물질들을 품은 왁스만 남게 됩니다. 이 왁스는 상온에서 응고되어 고체가 되고, 이 왁스가 꽃에서 추출되면 콘크레트, 뿌리나 이끼 같은 마른 원료에서 추출되면 레지노이드 라고 합니다. 생성된 왁스를 액체로 녹여내는 알코올 세척 및 정화 과정을 거치고 진공 농축기를 통해 알코올을 제거하면 최종적으로 압솔루트라고 불리는 맑은 액체만 남게 됩니다. 조향에서 많이 사용되는 자스민 압솔루트, 로즈 압솔루트와 같은 오일들이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CO2 초임계 추출법은 1970년대에 커피에서 카페인을 제거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압력을 높인 이산화탄소가 초임계 유체 상태에 도달하게 되면 식물 원료의 주요 성분만 선택적으로 용해시킬 수 있는 용매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용해가 이뤄진 후 압력을 낮춘 이산화탄소는 다시 기체 상태가 되어 추출물 안에는 잔여물이 남지 않습니다. CO2 추출법은 식물 본연의 향을 이끌어낼 수 있고, 무취, 무독성의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사용하여 친환경적이며, 앞서 언급된 용매 추출법에 사용되는 유기 용매의 지속가능한 대체제로서 식물 원료 추출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닐라, 핑크페퍼, 카다멈, 진저 등의 원료들이 이러한 추출법을 사용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천연향료 <동물성 향료>
천연향료의 일부는 동물을 통해서 채취된 동물성 향료입니다. 오래전 동물성 원료들은 잔향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국제 규약과 동물 보호법에 따라 대부분 합성 향료로 대체된 물질들을 사용합니다.
동물성 향료에는 앰버그리스(용연향), 머스크, 씨벳, 이라세움, 밀랍, 카스토레움(해리향)으로 6가지가 존재합니다.
향유고래 안에서 만들어진 응고물인 앰버그리스는 향유고래가 자가 치유를 목적으로 분비하는 특정 물질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신선한 상태의 앰버그리스는 검은 색상을 띠고 악취가 나지만 바다에 오래 떠다니며 햇빛과 소금기에 노출되면 색이 옅어지고 좋은 향이 납니다. 주로 해안가에서 우연히 발견되는데 그 빈도가 매우 낮아서 희소가치가 높고 다른 향을 지속시키는 보류제 역할을 하여 과거의 고급 향수에 주로 이용되었습니다.
사향노루의 복부 분비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인 머스크는 우디스러우면서 애니멀릭한 날 것의 향이 특징입니다. 사향노루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머스크 분비량 또한 줄어들면서 musk ketone(머스크 케톤), galaxolide(갈락소라이드) 등과 같은 합성 향료로 대체되어 사용되고 있고 은은하면서 부드럽고 살냄새 같은 향으로 베이스 노트에 빠질 수 없는 각광받는 향료입니다.
씨벳은 에티오피아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의 항문선 분비물로, 용매 추출과 알코올 세척 과정을 거쳐 압솔루트로 추출됩니다. 씨벳과 비슷한 향이 나는 대체 물질로 indole(인돌), skatole(스카톨) 향료를 사용하며, 꼬릿하고 애니멀릭한 향을 가지고 있지만 플로럴 계열, 특히 자스민을 조향 할 때 소량 넣으면 생화스럽고 풍성한 향을 낼 수 있습니다.
이라세움은 남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설치류 케이프 바위너구리의 응고된 소변을 알코올에 희석하여 추출하는 원료입니다. 씨벳과 비슷한 꼬릿한 향이 특징이고 조향계에서는 매우 드물게 사용되는 원료입니다.
벌집에서 채취된 밀랍은 추출과 알코올 세척 과정을 거치면 압솔루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압솔루트는 달콤하면서 꽃향기가 나는 아카시아꽃을 연상시킵니다. 담배나 부케 플로럴 노트에 소량 사용됩니다.
카스토레움은 비버의 내분비샘에 함유되어 있는 물질로 비버의 털을 부드럽게 하고 영역을 표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카스토레움을 추출과 알코올 세척 과정을 거쳐 얻은 압솔루트는 가죽 느낌의 레더리함과 바닐라스러운 달콤한 향이 특징입니다.
참고문헌
Noriaki HIRAYAMA. (2017). 香の科学 향의 과학. (윤선해, 역). 서울: 황소자리 (2021)
콜렉티프 네. (2022). 향수 A to Z. (잔 도레, 역). 미술문화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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