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료는 향을 만드는 재료이자 향기를 전달하는 물질입니다. 향료는 크게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종종 천연향료와 합성향료에 대한 인식에서 잘못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합성향료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보겠습니다.
합성향료란
합성향료의 시작은 천연향료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전의 향료 공급원은 천연에 존재하는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천연물에서 향을 얻는 것은 기후적, 정치적 요인에 따라 향이 달라지고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1kg의 로즈 에센셜 오일을 얻으려면 이슬이 맺힌 새벽의 신선한 장미 꽃잎 4500kg이 필요했습니다. (꽃잎 1kg은 약 2만 개의 꽃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이렇듯 귀한 향료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유기화학이 발전하면서 만들어진 합성향료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유기화학의 한 분야인 천연물화학은 자연물에 함유된 분자를 순수한 형태로 추출해 어떤 화학구조를 가지는지, 동일한 분자를 합성해 그것이 천연에서 추출한 분자와 일치하는지 등의 연구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겨자과에 속하는 식물인 머스타드에는 과일의 달콤한 향이 나는 초산에틸이 소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 초산에틸을 추출하려면 대량의 천연 머스타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값이 비싸지고 수급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그러나 잘 건조된 초산과 에틸알코올 혼합물을 염화수소와 합성하게 되면 탈수 축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초산에틸이 생성되고 손쉽게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예로, 동물성 향료인 머스크는 사향노루의 복부 분비샘에서 추출되는데 이를 사향노루가 아닌 화학분자들의 유기 합성으로 매우 유사한 향인 머스크 케톤을 만들 수 있습니다. 머스크 케톤의 합성 과정은 벤젠고리에 메틸기가 2개 결합한 m-자일렌을 반응시켜 메틸기의 메타에 t-부틸기가 붙게 되고 프리델-크래프츠 알킬화 반응을 통해 2개의 메틸기 사이에 아실기가 추가되면, 질산과 황산을 이용해 니트로기를 붙여 머스크 케톤이 생성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연에는 무수히 많은 독성 성분이 존재합니다. 모든 생물들에게는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살아남기 위해 지니고 있는 독성과 같은 무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향료 또한 유기 화합물로 구성된 혼합물이고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가지며, 확인되지 않은 독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합성향료는 화학적으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독성이 있는 물질들은 사용을 금지하고 배제시킬 수 있으며 오히려 다루기 쉽습니다. 이처럼 합성향료와 천연향료는 깊은 연관이 있고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합성향료의 구분
합성향료는 천연물질로부터 유리시킨 유리향료와 순수하게 분자들의 화학 반응으로 합성시킨 합성향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 설명된 머스타드, 머스크 케톤 합성 과정이 합성향료 중에서도 천연에서 유리시킨 유리향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리향료들을 만들어내고 합성과정을 통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자연에서는 얻을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향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해나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바다의 시원하고 푸른 마린향, 하얀 이불에서 나는 깨끗한 코튼향과 같은 직접 추출할 수 없는 향들이 새롭게 개발되었습니다.
조향에서 '뮤게' 라고 불리는 은방울꽃은 로즈, 자스민과 함께 향수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향료입니다. 천연 뮤게의 향은 인돌(Indole), 시트로넬롤(Citronellol), 네롤(Nerol), 벤질 알코올(Benzyl alcohol), 파네졸(Parnesol), 시스-3-헥세놀(cis-3-hexenol) 등의 분자들이 혼합되어 있는데 뮤게의 향 자체가 아주 은은하고 약하며 다루기 어려운 꽃이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들을 추출하기가 매우 어렵고 변질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뮤게의 향을 재현해내기 위해 비슷한 향을 가진 새로운 합성 분자를 만들어 냅니다.하이드록시시트로넬랄(Hydroxy citronellal)은 뮤게 향을 가진 첫번째 안정적인 분자로 니베아 크림, 디올의 디오리시모 향수에 함유되어 있으며 지금까지도 뮤게향을 표현할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성분입니다.
바다의 청량하고 물기 있는 촉촉한 워터향은 어떻게 만들어진걸까요. 화이자사의 화학자들은 멜론과 수박의 촉촉하면서 그린하고 상쾌한 향이 나는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을 발견합니다. 케톤 구조를 가진 이 물질을 설립자들의 세 이니셜을 딴 C,A,L 과 화학에서 케톤을 지칭하는 접미사 one을 합쳐 칼론(Calone) 이라고 칭하였습니다. 칼론은 워터리, 마린과 같은 아쿠아틱 노트를 조향할 때 필수로 사용되며 캘빈클라인의 이스케이프 뿌르 팜므, 겐조 뿌르 옴므, 이세이 미야케 로디세이 등과 같은 시원하고 중성적, 남성적인 향수에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마린 노트뿐만 아니라 플로랄 노트에서 물기있는 생화스러운 꽃을 표현하거나 시트러스 노트의 상큼함에 청량감을 표현할 때도 칼론을 사용하며 조향사들의 팔레트에 없어서는 안될 원료 중 하나 입니다.
이소 이 수퍼(Iso E super)는 우디노트를 조향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향료 입니다. 이소 이 수퍼는 매우 복잡하고 1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된 향기를 내는 분자는 단 1개에 불과하고 매우 소량으로 존재합니다. 이 분자는 아르보론이며 매우 강한 나무의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1975년 버나트 챈트가 조향한 할스톤 우먼 향수에 처음 사용되었고 에르메스의 떼르 데르메스, 펄스 드 라리끄 향수에도 50% 이상 함유되어 있습니다.
참고문헌
Noriaki HIRAYAMA. (2017). 香の科学 향의 과학. (윤선해, 역). 서울: 황소자리 (2021)
콜렉티프 네. (2022). 향수 A to Z. (잔 도레, 역). 미술문화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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